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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은 누구의 배를 불리는가 | 매슈 데스몬드 《미국이 만든 가난》

젤록캐스트 6회. 매슈 데스몬드의 『미국이 만든 가난』을 읽고 이야기했습니다.

가장 부유하고 가장 강한 나라 안에서 가난이 만들어진다는 제목이 역설적이어서 선택한 책입니다. 저자는 프린스턴 사회학 교수이며 평생 가난을 연구했습니다. 이 책에서 가난이 발생하는 원리를 여러 각도에서 볼 수 있습니다.

책은 경범죄를 저지른 가난한 사람이 벌금과 추가 형량을 거치며 회생 불가능한 상태까지 밀려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빈곤층에게는 작은 벌금도 생존과 직결됩니다. 사회에 관용이 없다는 것보다 더 큰 문제는 그 기준이 부자에게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 즉 공정하게 집행되지 않는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책에서는 크리스털의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아버지의 수감, 학대, 위탁가정, 전과 때문에 저소득층 주택 서비스에서 제외되고, 얻은 민간 아파트의 임대료가 소득의 73%를 차지하기에 이릅니다. 결국은 퇴거를 당하고 그리고 홈리스 쉼터로 밀려납니다. 책은 한 사람이 어떤 방식으로 사회 바깥으로 밀려나는지, 안전망들이 어떻게 하나씩 비껴가는지 보여줍니다.

팟캐스트에서는 빈민층 대상 임대 사업 이야기를 중심점적으로 합니다. 30억짜리 아파트 한 채를 세놓는 것보다 같은 돈으로 원룸 수백 개를 운영하는 것이 수익률이 더 높다고 합니다. 신용이 낮은 사람에게 이율이 더 높은 것과 같은 구조입니다. 절박한 사람은 협상력이 없으니 집의 질에 비해 더 비싼 값을 낼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 논리가 효과적인 영역이 있지만, 의식주처럼 생활에 필수적인 것까지 그 논리를 100% 적용하면 사회가 지탱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두 문장이 인상적이었습니다.

  • "어떤 이들에게 주택은 재산을 증식시켜 주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재산을 탕진시킨다."
  • "어째서 당신은 더 나은 일자리를 찾지 않는가라고 물어서는 안 된다. 이것은 누구의 배를 불리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저소득층 상대로 임대업을 하는 사람은 그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를 딱히 원하지 않습니다. 대학가 원룸 주인들이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던 뉴스가 떠올랐습니다.

실업수당을 더 주면 일을 안 할 거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실제 연구에서 그렇다는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합니다. 실업수당을 받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필품을 삽니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믿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타인을 지나치게 납작하게 보고, 그리고 일의 동기가 돈뿐이라고 전제한다는 것이 원인이 아닐까 생각 해 보았습니다.

책의 후반부에서는 민간의 풍족함과 공공의 누추함을 다룹니다. 부자가 공공서비스를 사용하지 않으면 공공서비스의 질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같은 건강보험과 같은 대중교통을 쓰는 것이 빈부격차를 줄이는 역할을 하고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책의 마지막 장인 '담장을 허물자'에서 저자는 경제적 계층으로 사회를 분리하지 말고 빈부가 섞여서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대로 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파트에 담장을 치고, 배달하는 사람의 출입을 막고, 이제는 같은 아파트 사람끼리만 결혼하려 합니다. 사회가 섞이지 않으면 서로 이해할 수 없고, 이해하지 못하면 재분배에 대한 사회적 합의도 어려울것 같습니다.

경제적 불평등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합니다. 미국 사례지만 우리나라에 대입해 볼 부분이 생각보다 많고, 술술 읽힙니다.

저와 다른 생각이 있으시면 댓글로 남겨주세요.